발레타인 데이라는 걸 알려주기라도 하듯 야외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 30분은 더 걸리더니, 내가 내일 아침까지 끝내야 하는 일을 남겨두고는 사람들 모두 가더군요. 내가 솔로인걸 알려 주듯 말입니다.
9시까지 일을 하다가 더 이상은 있기가 싫어서 스튜디오를 나와 집으로 갔습니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오늘을 잊으려 뭔가를 하려고 찾던 중, 그동안 보지 못했던 영화를 봤지요.
흠.. 발렌타이 데이답게 사람 염장을 확실하게 질려주네요. 사랑 얘기에 거기다 여행까지. 가고 싶어도 못 가고, 같이 있고 싶어도 없는데 말입니다. 영화 리뷰를 쓸려고 남기는 건 아니고 나 이런 날에도 혼자서 잘살고 있다는 얘기하고 싶어서 남깁니다. ㅎㅎㅎ 정말이에요. 진심으로. 원래 나 이런 날 무지 외로워 하는 거 알잖아요.. 그런데 이제 아무렇지 않게 그저 그런 날로 넘길 수 있을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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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면서 생각해 보니 파워북으로 글을 쓰는 느낌이 참 좋다는 걸 느꼈습니다. 파워맥(데스크탑)에서 큰 키보드로 두드리는 것보다는 무엇인가 다른 내가 누군가에게 글을 남긴다는 느낌입니다. 갑자기 웬 노트북 얘기냐면 그냥 이놈은 남겨 놓으려고 생각 중입니다. 키보드만으로도 아직 남길 이유가 있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